"그림 따라 강남 간다"…청담에서 신사까지 전시 릴레이

입력 2023-03-26 17:56   수정 2023-04-28 09:45


“혹시 갤러리 열 만한 공간이 있을까요?”

요즘 서울 청담동과 신사동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런 전화를 자주 받는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화랑가로 급부상 중인 강남권에 화랑을 열려는 갤러리스트들이 몰려들면서다. 이들이 인사동, 평창동 등 전통적인 화랑가 대신 강남을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이 도는’ 부촌인 데다 그림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전시할 만한 층고 높은 신축 빌딩이 많고,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와도 가깝다. 세계적인 화랑 탕컨템포러리(청담동)와 페로탕(신사동)이 지난해 강남에 지점을 낸 것도 이런 점을 주목해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청담동과 신사동 등 강남 일대에선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여럿 열리고 있다.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그림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 ‘강남 갤러리 투어’가 열풍이다. 꼭 봐야 할 전시로 꼽히는 건 청담동 탕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아이웨이웨이(66)의 전시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의 반체제 작가이자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로, 2020~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전시를 연 바 있다. “이번 전시 출품작과 구성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못지않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한동민 탕컨템포러리 팀장은 “전시를 위해 갤러리를 전면 리모델링하고, 작가가 작품 거는 위치까지 1㎝ 단위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작품들은 아이웨이웨이답게 재기발랄하면서도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데가 있다. 뭉크의 ‘절규’를 해석한 작품 구석에는 벌거벗고 손가락으로 욕을 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집어넣어 미술계 성범죄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담았다. 루벤스의 ‘레우키포스 딸들의 납치’를 패러디한 작품에는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는 판다를 넣었다. 갈수록 강해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풍자했다.

이번 전시작 대부분은 장난감 레고로 만든 작품이다. 아이웨이웨이는 오래전부터 디지털 픽셀과 비슷하면서도 자유롭게 쪼개고 붙일 수 있는 레고의 성질에 천착해왔다. 관람객들은 ‘사진을 찍어서 똑같이 만들어도 되냐’고 자주 묻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예스’. 이 역시 작가가 의도한 반응 중 하나라고. 십이간지 동물들을 재해석한 조형작품 ‘조디악(Zodiac)’ 연작은 거물 컬렉터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작품이다. 12개가 한곳에 모인 모습을 볼 기회가 흔치 않다. 이를 레고로 다시 만든 작품(사진1)도 있다. 전시는 다음달 22일까지.

전시를 본 뒤에는 청담동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적인 컬렉터 울리 지그(77)의 컬렉터 기획전을 감상하면 좋다. 주중 스위스 대사를 지낸 지그는 ‘세계 최고의 중국 현대미술 컬렉터’로 불리는 인물로, 중국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소개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소장품전이 국내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전시장엔 쩡판즈(59)와 허샹위(37)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5월 20일까지 열린다.

신사동에서도 주목할 만한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신사동 갤러리나우에서는 김창덕 작가(58)가 돌가루를 쌓아올려 굳히고 말리기를 반복해서 만든 ‘도자 회화’(사진2)를 만날 수 있다. 색과 도자기 표면의 균열이 실제 백자만큼이나 자연스럽다. 밀랍과 노루의 겨드랑이털, 석채 등 천연 재료로 만든 매화가 흥취를 더한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다음 목적지는 불과 20m만 가면 된다. 프랑스계 화랑인 오페라갤러리에서 프랑스 원로 작가 앙드레 브라질리에(94) 전시가 열리고 있다. 다음달 12일까지 볼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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